만약 잠들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된다면 어떨까. 잠잘 시간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지니 좋을 것 같지만 한편으론 불안할 것 같다. 나는 스트레스를 주로 잠으로 풀기 때문에 잠이 없다면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힘들어질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잠' 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은 어느 날 잠을 잃어버렸다. "잠을 못 잔 지 십칠 일째다." 이 문장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주인공은 치과의사인 남편과 초등학생인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이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잠을 잃어버렸다.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서 피곤을 느끼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그저 맑은 정신으로 깨있을 수 있었다. 잠을 자는 시간이 통째로 그녀의 것이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좋아하던 19세기 러시아의 소설을 읽으며 밤을 보내게 된다..
프랑스 출신의 작가 기욤 뮈소의 책은 읽을 때마다 매번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 추천하는 천사의 부름이라는 책 역시 그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파리에서 꽃집을 하고 있는 매들린, 그리고 샌프란시스코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조나단. 접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들은 뉴욕 JFK 공항에서 몸을 부딪히는 바람에 들고 있던 휴대폰을 떨어뜨리게 되고 우연히 둘의 휴대폰은 바뀌게 된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서야 휴대폰이 바뀐 사실을 알게 된다. 서로의 휴대폰을 찾고 돌려주기 위해 연락을 하지만 좀처럼 쉽지가 않다. 그렇게 서로의 휴대폰을 가지고 있던 중 조나단은 호기심이 생긴다. 매들린의 휴대폰을 열어 사진을 구경하고 어떤 음악을 듣는지 보고, 다운로드한 영화를 보며 그..
몇 해전 아덴만 여명작전의 석해균 선장을 수술해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아주대학교의 이국종 교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는 그의 모습을 TV를 통해 보며 우리나라 의료계의 미래는 밝구나. 그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왔다. 그리고 우연히 며칠전 지인의 추천으로 그가 썼다는 골든아워라는 책을 만나게 됐다. 소설을 좋아하고 에세이는 멀리하던 사람이라 중간에 포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의 표현력은 소설의 그것보다 세밀하고 충격적이었으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글에서 느껴지는 재미와는 별개로 그가 말하고 있는 외상외과의 현실은 잔인하고 또 참혹했다. 큰 사고를 통해 다쳐, 피를 쏟아내고 장기가 끊어지고, 사지가 절단되어 도저..